‘언터처블: 1%의 우정’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로 전신마비 백만장자와 빈민가 출신 청년의 만남과 우정을 그린 따뜻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삶의 조건과 배경은 완전히 달랐지만 서로의 삶을 바꿔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으며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1. 줄거리
‘언터처블: 1%의 우정’은 파리의 화려한 저택에 살고 있는 백만장자 필립이 새로운 간병인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목 아래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고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러 간병인이 지원을 하지만 그들은 모두 형식적인 태도였고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드리스라는 이름의 청년으로 그는 면접을 보러 온 것도 아니고 단지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구직 활동을 했다는 서명을 받으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필립은 바로 이 무례하고 솔직한 청년에게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낍니다. 결국 드리스는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간병인으로 채용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필립은 그를 선택하게 됩니다.
드리스는 처음부터 전통적인 간병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는 예의도 없고 말도 거칠고 심지어 간병 업무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필립에게 어떤 연민이나 동정을 갖지 않고 그를 있는 그대로 대하며 다루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드리스를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유쾌한 성격과 거침없는 행동은 필립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합니다. 필립은 드리스 덕분에 오랫동안 웃지 못했던 얼굴에 다시 미소를 띠게 되고 스스로를 ‘장애인’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다시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단순히 간병과 피간병의 관계를 넘어 두 사람 사이에 쌓여가는 진짜 우정을 보여줍니다. 필립은 드리스와 함께하는 동안 다시 삶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드리스 역시 필립을 통해 자신의 책임감과 인생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드리스는 그동안 방황하던 삶에서 벗어나 점차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필립 역시 예전에는 혼자서는 절대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드리스와 함께 도전하게 됩니다. 드리스는 필립을 모시고 길거리에서 빠른 자동차를 몰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이 흐르던 저택에서 소울 음악을 틀어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들은 단지 웃음을 위한 장면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드리스는 빈민가에서 온 청년으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이 있었고 과거에 저지른 실수들 또한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필립 역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오랜 시간 상실감과 고독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지내며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마주하게 됩니다. 때로는 갈등도 있었고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어떤 설교나 도덕적 판단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 관계의 깊이와 변화를 보여줍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드리스는 자신의 가족과 현실을 마주하기 위해 잠시 필립 곁을 떠나게 되고 필립은 다시 예전처럼 차갑고 외로운 생활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별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결국 드리스는 필립에게 다시 돌아오고 그들은 또 한 번 서로의 인생에 용기와 의미를 선물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실존 인물들의 실제 사진과 함께 두 사람의 현재를 보여주며 이 모든 이야기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진짜 있었던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게 새기게 해줍니다.
2. 인물 해석
(1) 필립 – 모든 것을 가졌지만 고립되어 있던 남자
필립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유한 남성입니다. 고전 음악을 즐기고 예술품을 수집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저택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는 목 아래가 마비된 상태로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의 필립은 외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지만 내면에는 깊은 외로움과 무기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웃지도 않고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가까워지려 하지 않았으며 삶의 대부분을 체념한 듯한 눈빛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리스를 만나면서 그는 점차 변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드리스의 거침없고 무례한 태도에 당황했지만 곧 그것이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 진짜 인간적인 반응임을 깨닫게 됩니다. 드리스는 필립을 환자나 장애인으로 보지 않았고 그냥 평범한 남자로 대하며 함께 웃고 싸우고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런 일상적인 감정 교류는 필립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는 드리스와 함께 있을 때 더 이상 ‘간병이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었고 다시 삶을 스스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필립은 결국 드리스를 통해 다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타인과 진짜 관계를 맺는 방식을 되찾게 됩니다.
(2) 드리스 – 불안정한 청년에서 책임 있는 어른으로
드리스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난 청년으로 어릴 때부터 거리 생활과 범죄에 가까운 일들에 휘말려 살아왔습니다. 그에게는 안정된 직장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목표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실업수당을 받기 위한 서명 하나를 받으러 필립의 집을 방문했던 것이 전부였지만 예상치 못한 채용과 함께 그의 인생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간병인으로서의 자격도 경험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필립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고 드리스는 점차 그 관계 속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지 새로운 경험 정도로만 생각했던 필립과의 생활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드리스는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그 책임감은 그를 바꿔놓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필립이 겪고 있는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는 단지 간병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류와 지지를 해주는 진짜 동반자가 되어갑니다. 드리스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 이상 무책임하고 철없는 청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3) 둘의 관계 – 사회적 간극을 넘어선 진짜 우정
필립과 드리스는 사회적 지위도 나이도 교육 수준도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귀족 계층의 부자이고 하나는 거리에서 살아온 청년입니다. 겉보기에는 이들이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 차이점이 오히려 이들의 관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드리스는 필립에게 없던 자유로움과 감정을 불어넣고 필립은 드리스에게 안정감과 책임을 알려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던 것을 채워주는 관계였고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진짜 친구가 되어갑니다. 이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이유도 바로 이점입니다. 어떤 조건도 가리지 않고 마음이 통했을 때 진짜 인간관계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3. 총평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마음에 남아 있는 영화였습니다. 단순한 감동 스토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무심히 지나쳤던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고 무엇보다 억지스럽지 않았기에 더 진실하게 다가왔습니다. 필립과 드리스의 관계는 영화 속 이야기지만 분명히 현실에서 일어난 이야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그 감정의 깊이를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보다 더 강하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것은 진짜 삶이 가진 감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영화가 ‘장애’나 ‘가난’이라는 주제를 그리면서도 단 한 번도 그들의 약점을 중심에 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필립은 부자이지만 마비된 몸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드리스는 건강한 몸을 가졌지만 가난과 무책임 속에서 방황하던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들의 결핍이나 불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조건을 넘어서 그들이 어떻게 사람으로 연결되었고 어떤 감정을 나누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흔한 힐링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드리스였던 적이 있었는지 혹은 나의 필립은 누구였는지 그런 질문들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지만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관계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드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었고 그 안에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삶을 바꾸는 건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결국 아주 작은 관심과 웃음 그리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진심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를 통해 진하게 전달되었습니다.
또 하나 깊게 와닿았던 점은 이 영화가 유머를 아주 세련되게 활용했다는 부분입니다.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영화는 무겁고 진지하기보다는 유쾌하고 솔직한 방식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풀어냅니다. 드리스가 보여주는 말투와 행동은 때로는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필립에게는 위로가 되었고 관객에게는 웃음이 되었습니다. 그 웃음은 잠시 스치는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어떤 벽이 허물어지고 나서 비로소 나오는 진짜 웃음이었습니다. 그러한 웃음이 있었기에 영화는 감정적으로 더 풍부해졌고 인간다움이라는 가치가 더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도 이 영화의 울림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스크린 속 장면들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은 관객의 마음에 아주 현실적인 감동을 줍니다. 필립과 드리스가 지금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엔딩의 자막은 마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한 장의 편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허구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더 열게 만들었고 그것이 이 영화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아도 좋고 어떤 교훈을 얻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저 마음이 조금 따뜻해진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만들어준 영화가 바로 언터처블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다시 사람을 믿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메시지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의 손길과 눈빛 그리고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아주 조용히 보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더 깊게 다가왔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