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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길상사 산책코스 (고요한 사찰, 시인 길, 추천 총평)

by moonokstay 2025. 4. 16.

성북동 길상사 산책코스 이미지

서울 성북구의 조용한 언덕길, 정릉천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길상사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한 시인의 삶과 사랑이 깃든 사연 깊은 공간이자, 도심 속에서 명상과 사색이 가능한 고요한 산책 코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성북동 일대를 중심으로 길상사로 향하는 산책길은 문학과 불교, 자연과 마음의 평화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여정입니다.

고요한 사찰

길상사는 1997년 대한불교 조계종으로 전환된 사찰이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원래는 ‘대원각’이라는 고급 요정이었고, 이를 운영하던 김영한(법명 : 길상화)이 모든 재산을 불교계에 기증하며 사찰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연은 시인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 이야기와 연결되며, 길상사는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문학적 감수성이 살아 있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산책길은 한옥들이 이어진 성북동 골목을 지나며 시작됩니다. 조용하고 단정한 골목길, 오래된 담벼락, 작고 예쁜 북카페와 고서점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걷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길상사에 가까워질수록 나무들이 무성해지고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복잡한 도심에서 고작 몇 백 미터 떨어졌을 뿐인데,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사찰 입구에 도착하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각들이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 속에 스며든 듯 낮고 정적인 구조가 오히려 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경내에는 ‘무소유’의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길상다실, 참선 공간, 소규모 템플스테이 안내소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인 길

길상사와 성북동은 시인 백석과의 인연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백석은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개인적 삶은 신비에 싸여 있습니다. 그와 김영한(길상화)의 사랑 이야기는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며, 지금도 길상사 안에는 백석의 시가 새겨진 비석과 시비, 벽면 문장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산책길은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라 ‘시를 걷는 길’입니다. 정릉천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다리와 숲길, 돌담길에는 백석과 길상화의 시적 정서가 배어 있는 문구들이 새겨져 있어, 길을 걷다보면 문득 발길을 멈추고 시를 음미하게 됩니다.

길상사 주변에는 성북동 문화역사길과도 이어지며, 중간중간 작은 갤러리와 예술공방, 백석문학관, 성북예술창작터 등의 문화 공간도 함께 접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도심에서 이렇게 깊이 있는 인문학적 사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산책 코스는 흔치 않습니다.

시인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는 건, 그의 삶과 생각, 고독과 사랑을 함께 걷는 것입니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내 안의 감성, 잊고 있던 문학적 감수성, 잔잔한 슬픔과 마주하게 됩니다.

추천 총평

성북동 길상사 코스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어떤 산책로보다도 조용하고, 인문적인 의미가 깊은 길입니다. 화려한 풍경이나 시끌벅적한 명소는 없지만,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치유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됩니다.

이 길은 단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연을 듣고,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코스는 혼자 걷기에 특히 추천됩니다. 누구의 말도 필요 없는, 오직 자신과의 대화를 위한 길로 이만한 곳은 없습니다.

걷는 내내 눈에 들어오는 건 담담한 한옥, 나무, 바람, 그리고 침묵 속의 문장들입니다. 성북동의 풍경은 번화하지 않기에 더욱 섬세하게 다가오고, 길상사의 고요함은 내 마음을 낮추고 평온하게 만들어줍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는 산책길’, 그것이 바로 길상사 코스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성북동 길상사 산책코스는 도시의 속도에서 벗어나, 시인의 숨결과 고요한 자연 속을 걷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코스입니다. 오늘 하루, 말보다 생각이 많고 싶다면, 성북동의 이 길을 걸어보세요. 당신의 내면과 다시 조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