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대도시 한복판에서도, 고요하게 사계절의 변화와 탁 트인 전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작은 산’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성동구 응봉동에 위치한 응봉산(鷹峰山)은 해발 약 81미터로 높지 않지만, 그 정상에서는 서울 동쪽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한강, 성수대교, 서울숲, 롯데타워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심 속 명품 산책지입니다.
특히 봄철 개나리 명소로 유명해 매년 3~4월이면 수천 명의 시민들이 꽃길을 따라 이 산을 찾습니다. 하지만 응봉산의 매력은 단지 봄꽃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조용한 일상 속 쉼, 짧은 거리 안에서 경험하는 자연의 선물, 걷는 그 자체의 즐거움이 살아 있는 서울의 소중한 걷기 공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응봉산의 구조, 계절별 풍경, 걷는 재미, 추천 시간대까지 모두 담아, 서울 도심 속 가장 작고 강한 산책길의 매력을 전해드릴게요.
도심 속 전망대, 응봉산의 포인트들
응봉산은 서울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낮은 봉우리입니다. 그렇기에 등산이라기보다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 루틴에 적합한 산책형 코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상까지는 약 15~25분 정도, 운동화 하나만 신고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으며 짧은 오름길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특별한 전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응봉역 1번 출구를 나와 도보로 5분 정도 이동하면 바로 등산로 초입이 시작됩니다. 진입부터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중간중간 파고라, 벤치, 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거나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습니다.
정상에 도달하면 그 보상은 기대 이상입니다. 한강을 기준으로 좌측엔 잠실 방향, 우측엔 서울숲과 남산타워, 정면으론 성수대교와 한강철교, 멀리 롯데타워와 아차산까지 조망됩니다. 특히 해질 무렵엔 태양이 한강 물결 위로 천천히 내려앉으며, 오렌지빛 하늘과 도시의 실루엣이 겹쳐지는 감성적인 장면을 선사합니다.
야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높은 건물 없이 낮은 언덕에 올라 도시의 불빛을 조망할 수 있다는 건 응봉산만의 장점입니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에게도 출사지로 인기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혼자 걷는 ‘혼산족’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응봉산의 코스가 짧지만 루트가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한 방향에서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이어진 길들이 있으며 서울숲이나 응봉근린공원, 한강변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한 번의 산책으로 여러 명소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연결성도 큰 매력입니다.
봄의 응봉산, 개나리로 물들다
응봉산의 진가는 봄, 개나리가 피는 계절에 절정을 이룹니다. 보통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산 전체가 노란 물결로 뒤덮이며, 응봉산은 ‘서울 개나리 개화 1번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응봉산 개나리 축제는 이 작은 산을 전국적인 봄꽃 명소로 만들었습니다. 산책로 양옆으로 개나리가 무성하게 피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양옆으로 꽃잎이 흩날립니다. 경사진 산등성이 전체가 노란 카펫처럼 뒤덮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지는 풍경입니다.
축제 기간에는 야간 경관조명도 설치되어, 해가 진 후에도 노란 꽃과 도시의 야경이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이 시기에는 평일 낮에도 삼삼오오 시민들이 꽃을 보러 찾아오며, 연인들, 가족 단위 나들이객, 삼각대를 세운 사진가들로 활기를 띱니다.
개나리뿐 아니라 곳곳엔 진달래, 산수유, 야생화들도 피어나 응봉산의 봄은 단순히 ‘꽃산책’이 아닌, 도시 속 자연에 파묻히는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꽃길 사이로 놓인 돌의자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쉬어가는 순간, 복잡했던 생각들이 노란 꽃잎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또한, 응봉산의 장점은 관리 상태가 매우 좋다는 점입니다. 등산로 주변에 설치된 안내판, CCTV, 가로등, 정비된 계단 등이 있어 혼자 걷는 이들도 안심할 수 있고, 고령자나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부담 없는 코스로 손꼽힙니다.
매년 봄이 되면 꼭 다시 찾고 싶은 산, 그리고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게 만드는 순간들이 응봉산에 있습니다.
추천 총평
서울에 수많은 산이 있지만,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만족감을 주는 산은 흔치 않습니다. 응봉산은 높지 않기에 부담 없고, 짧지만 전망과 사계절 풍경이 확실하며, 언제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심리적 거리감이 가장 짧은 명소입니다.
누군가에겐 퇴근 후 짧은 산책코스, 누군가에겐 혼자 생각 정리하는 명상길, 또 다른 이에겐 연인과 걷는 데이트 코스로, 응봉산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울 속 '나만의 힐링 장소'가 되어줍니다.
산이라는 단어에 거리감을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이곳에서 ‘산책형 산행’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추천 시간대는 아침 7~9시, 그리고 저녁 5~7시 사이입니다. 이른 아침엔 새소리와 맑은 공기, 석양 무렵엔 노을과 야경이 응봉산의 가장 큰 선물로 다가옵니다.
서울 안에서, 특별한 계획 없이, 단 1시간 만에 자연과 풍경과 휴식을 모두 누리고 싶다면— 응봉산은 반드시 걸어봐야 할 산책길입니다.
서울 성동구의 ‘작지만 깊은 산’ 응봉산. 가볍게 오르지만 마음이 가벼워지는 그 길 위에서, 서울의 다른 얼굴, 계절의 아름다움, 나만의 시간을 만나보세요.